티스토리 뷰

목차



    반응형

     

     

     

     

    유럽 영화의 깊은 매력 (타르, 더 스퀘어, 아이다)

     

     

     

     

    유럽 영화는 상업성과 자극을 앞세우는 할리우드 영화와는 달리, 인간 내면의 갈등, 철학적 질문, 사회적 맥락을 중심으로 서사를 풀어내며 자신만의 고유한 미학을 만들어왔습니다. 2020년대 들어서도 유럽 작품들은 칸, 베를린, 베니스 등 주요 국제영화제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전 세계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현대 유럽영화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타르(TÁR)’, ‘더 스퀘어(The Square)’, ‘아이다, 어디로?(Quo Vadis, Aida?)’를 중심으로 유럽 영화의 깊은 매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타르(TÁR): 권력과 예술, 그 경계에서

    ‘타르’는 독일을 배경으로 한 미국-유럽 합작 드라마로, 여성 지휘자 리디아 타르의 성공과 몰락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음악영화나 전기영화를 넘어, 예술계 권력 구조와 현대 사회의 도덕적 책임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케이트 블란쳇은 타르 역을 맡아 냉철하면서도 위태로운 예술가의 내면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전 세계 평단의 극찬을 받았습니다. 그녀의 연기는 단순한 캐릭터 표현을 넘어, 예술가가 갖는 고독과 무게, 그리고 시대적 요구와의 갈등을 실감 나게 그려냅니다. 영화는 전통 클래식 음악을 중심에 두고 있으나, 그 안에 권력, 성별, 취향의 정치 등 현대 문화논쟁을 은유적으로 녹여내고 있습니다. 또한 타르의 미장센은 차가운 색감과 넓은 공간 활용, 긴 롱테이크 등을 통해 극도의 긴장감을 유지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인물의 심리 상태를 추적하게 만듭니다. 이런 구성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는 보기 드문 섬세함이며, 유럽영화가 가진 미학적 특성이 잘 드러나는 예시입니다.

    더 스퀘어(The Square): 풍자와 불편함의 미학

    스웨덴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의 ‘더 스퀘어’는 2017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유럽 예술계의 위선과 인간 본성의 이중성을 날카롭게 해부한 블랙코미디입니다. 미술관 큐레이터인 주인공이 진행하는 예술 프로젝트 ‘더 스퀘어’를 둘러싼 혼란스러운 사건들을 통해, 영화는 인간의 도덕성, 위선, 무관심을 끊임없이 조명합니다. 이 작품은 현실과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관객에게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연출된 것’인지를 지속적으로 되묻습니다. 특히 중반부의 만찬 장면에서 등장하는 원숭이 퍼포먼스는 극도로 불편한 감정을 유발하면서도, 자극적 연출에 대한 반응과 사회의 감수성을 동시에 비판하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더 스퀘어’는 유럽영화 특유의 지적인 유머와 구성적 실험정신을 갖춘 작품으로, 상업적인 재미보다는 관객의 사고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정형화된 결말 없이 열린 엔딩으로 마무리되며, ‘영화를 본 뒤 더 많은 질문을 남기는’ 전형적인 유럽식 연출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아이다, 어디로?(Quo Vadis, Aida?): 전쟁의 얼굴을 마주하다

     

     

     

     

    ‘아이다, 어디로?’는 보스니아 내전을 배경으로 1995년 스레브레니차 대학살을 다룬 실화 기반의 영화입니다. 여성 주인공 아이다는 UN 통역사로 일하면서, 자신과 가족, 마을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결국 비극적 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유럽 현대사에서 가장 잔혹하고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전쟁의 본질과 국제사회의 무능함을 정면으로 고발합니다. 감독 야스밀라 즈바니치의 연출은 극적인 과장 대신 절제된 시선으로 사건을 담아내며, 관객이 스스로 상황의 비극성을 직시하게 합니다. ‘아이다’의 가장 큰 미덕은 사건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기보다, 한 명의 여성, 한 명의 시민이 겪는 현실적인 공포와 딜레마를 중심에 둔다는 점입니다. 특히 주인공의 얼굴을 따라가는 카메라 워크, 침묵이 지배하는 사운드 디자인, 클로즈업을 통한 감정 전달은 유럽 영화 특유의 직관적이며 인간 중심적인 시선을 강하게 드러냅니다. ‘아이다, 어디로?’는 단순한 전쟁 영화가 아니라, 인권과 집단학살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인간 개개인의 감정에 밀착된 강렬한 드라마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타르’, ‘더 스퀘어’, ‘아이다, 어디로?’는 유럽영화의 미학과 문제의식을 대표하는 수작들입니다. 이들은 단지 스토리 전달을 넘어, 시청자 스스로가 작품 안에서 사고하고 판단하도록 유도하며 영화 그 이상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인간 내면과 사회구조에 대한 깊은 통찰, 실험적인 연출, 윤리적 질문을 함께 품은 유럽영화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의미 있는 자극을 주고 있습니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오늘 이 세 편 중 하나를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요?

    반응형